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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24)] 재계 초긴장 ‘집중투표제’…양날의 검

“재벌 전횡 견제” vs “특정세력에 칼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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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2019.02.07 09:55:32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데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집중투표제도’다. (CNB=이성호 기자)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사진=연합뉴스)

1주효과 극대화…대주주 독주 막아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 악용될 우려
여권 vs 자한당, 법개정 찬반 ‘팽팽’


국회 등에 따르면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사내·사외이사의 선임 시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갖고, 이 의결권을 이사후보자 1명 또는 수 명에게 집중해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 후보(가,나,다) 중에 2명을 선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발행주식총수(1만주) 중 7000주를 가진 주주 A는 7000개가 아니라 1만4000개의 의결권이 부여되고, 5000주를 가진 주주 B는 1만개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여기서 A측 이사후보자는 ‘가’와 ‘나’이고 B측 이사후보자가 ‘다’라고 할 경우 A는 ‘가’에 대해 8000개의 의결권을 행사하면 ‘나’에 대해서는 600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데, B가 의결권 1만개를 전부 ‘다’에게 몰아주면 이사는 ‘가’와 ‘다’가 된다.

즉, 소수주주의 권한이 강해지고 그 대표자가 이사로 선임될 수 있어 지분이 많은 오너일가·대주주 및 친기업 주주 측을 견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법상 자산규모가 큰 일정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발행주식총수(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의 1% 이상의 주식보유자가 집중투표 방법의 이사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 규정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다. 실제로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실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 152개사(2018년 7월 31일 기준)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 집중투표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는 139개사였다.

다만 우리은행·한화생명보험·포스코·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광주은행·KT·하나금융지주·대우조선해양·KT&G·BNK금융지주·제주은행·DGB금융지주 등 13개사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이사가 지배주주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요원하다. 제도가 있으되, 외면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탓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에 국회에는 집중투표제의 활성화를 위해 의무화를 담은 3개의 상법 개정안(김종인 의원안, 채이배 의원안, 노회찬 의원안 각각 대표발의)이 제출돼 있다.

김종인 의원안은 일정 규모이상 상장회사에 대해, 채이배 의원안은 비상장회사를 포함해 모든 회사, 노회찬 의원안은 상장회사에 한해 각각 집중투표제 실시를 강제화했다.

 

집중투표제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 국회 처리는 불투명하다. (사진=CNB포토뱅크)


지나친 경영 간섭 우려

하지만 당사자인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일단 해외투기자본들의 이사회를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른바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로부터 약 150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떠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칼 아이칸은 타 헤지펀드와 손잡고 KT&G 주식 6.59%를 사들인 후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던 KT&G에 사외이사 1명을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이를 통해 칼 아이칸은 KT&G에 장기사업을 위해 가지고 있던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 제출,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기업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에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 2조8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 칼 아이칸은 주식매각 차익 1358억과 배당금 124억 등 1482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고 돌아갔다.

이처럼 집중투표로 이사가 선임되면 투기자본이나 특정 세력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꼴이 되며, 회사 전체가 아닌 자신을 뽑아준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회사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단기수익을 쫒을 수밖에 없고 경영에 관한 중요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으며 주주간 파벌싸움, 경영권 분쟁, 경영 효율성 저하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 경제계 주장이다.

아울러 경총과 대한상의는 “한때 이 제도를 도입했던 미국·일본도 이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다시 임의적 선택방식으로 전환했고, 현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국회 상임위에 도입 반대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CNB에 “집중투표제는 2~3대 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되는데 문제는 우호지분일 수도 있지만 공격적인 투기자본일 수도 있다”며 “따라서 제도 도입은 신중히 고려돼야 하기에 향후 국회에서 입법논의가 이뤄지면 진행 상황에 맞춰 (경제계의) 우려 목소리를 다시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회사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자본다수결원칙과 배치될 수 있음은 물론 회사 내부의 사적 자치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계가 고개를 내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정경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집중투표제는 물론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한데 이어 법무부도 자산 2조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전격 도입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기업 경영활동에 큰 부담이 된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정부 여당이 입법을 밀어붙여도 국회에서의 개정안 처리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더불어 집중투표가 주총에서 2인 이상의 이사를 뽑을시 적용됨에 따라 기업에서 순차적으로 임시주총을 열고 이사를 1명씩 분산한다면 이 제도를 빠져나갈 수 있어, 보완책도 함께 검토돼야 하기에 향후 추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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