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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식품업계는 ‘잘 나가는 제품’ 왜 자꾸 바꿀까

재탕삼탕 신제품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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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2017.05.18 10:32:51

▲대형마트 과자코너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홈플러스)


식품업계에 ‘리뉴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래전 사라졌던 제품을 소환하는가 하면 기존 상품의 포장지 디자인과 컨셉을 바꿔 내놓고 있다. 반면 신제품 연구·개발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무한복제처럼 미투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CNB=김유림 기자)

불황 탓에 한물간 제품 ‘우려먹기’
포장지만 바꾸면 신제품으로 둔갑
짝퉁 물결에 사라진 ‘진짜 신제품’  

식품업계가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히트상품’을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포장만 바꾸는 차원을 넘어 맛이나 크기, 재료 등을 업그레이드해 경쟁력을 더 확고히 다지고 있다. 

빙그레는 1997년 처음 판매한 ‘닥터캡슐’을 재단장해 ‘닥터캡슐 프로텍트’를 내놓았다. 원재료부터 용기까지 전면적으로 바꿨다. 발효유의 핵심인 유산균주를 세계적인 유산균 제조회사인 듀폰사(社)의 Protect BL-04로 변경했고, 페트 용기로 변경해 유통 및 보관의 안정성을 더했다. 

CJ제일제당은 여름을 앞두고 냉면 제품의 맛과 품질, 디자인을 개선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특성이 다른 만큼 각 특성에 맞춘 면을 개발해 적용했으며, 패키지에 지방 이름을 크게 표기, 지역별 특색 메뉴라는 점을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여름을 앞두고 다양한 냉면 제품을 리뉴얼한 후 대대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실상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사진=CJ제일제당)


오리온은 지난달부터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초코파이情’ 과 ‘후레쉬베리’의 한정판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 이후 43년만에 선보이는 계절 한정판이며, 올 봄에만 맛볼 수 있다. 마쉬멜로우 속에 넣은 딸기잼과 딸기씨이 들어가 톡톡 씹히는 식감이 특징이다. 후레쉬베리 체리쥬빌레맛은 체리잼이 들어간 부드러운 케이크다. 

농심은 ‘짜왕’에 통고추를 넣어 ‘짜왕매운맛’을 선보였다. 시중에 판매되는 다수의 매운맛 제품이 고추분말 등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고추를 다져 원물 그대로 넣었기 때문에 진한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짜왕매운맛은 현재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가운데 가장 맵다.

무학은 소주 ‘좋은데이’의 제조과정과 상표에 변화를 줬다. 참숯세라믹 여과공정과 클린에어 공법을 도입했고, 원료에 프락토올리고당을 첨가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상표 디자인은 가독성과 주목성을 높였다. 

▲봄 한정판으로 판매중인 오리온 초코파이 딸기(왼쪽)와 후레쉬베리 체리. (사진=오리온)


웅진식품은 기존의 ‘알로에겔 플러스’에 과일향을 첨가해 프리미엄, 망고, 다이어트 등 3종으로 리뉴얼 출시 했다. 알로에 베라 고유의 향취가 대중적으로 개선시켰으며, 프리미엄은 알로에의 다당체 함량을 기존 제품 대비 약 세 배 이상 높였다.

또 몇 년 전부터 복고열풍이 불면서 단종시킨 제품들을 재출시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면 신제품보다 위험요소도 적고 높은 관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추억의 과자 종합선물세트’를 한정판으로 준비했다. 과자 종합선물세트는 1970~19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어린이들의 선물이다. 종합선물세트 케이스에는 초창기 롯데제과를 상징하던 해님 심볼마크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쥬시후레시, 스피아민트, 칸쵸, 롯데샌드, 빠다코코낫, 초코빼빼로, 꼬깔콘, 치토스 등 과자들의 포장지는 예전 디자인으로 설계돼 향수와 재미를 느끼게 한다. 

▲롯데제과의 추억의과자 종합선물세트. (사진=롯데제과)


해태제과는 2006년 생산을 중단했던 아이스크림 ‘토마토마’를 11년 만에 다시 내놓았다. 빙과류에는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토마토와 얼음 알갱이를 섞은 토마토맛 슬러시 아이스크림이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5년 전부터 소비자들이 재출시를 요구했고, 단종 이후 토마토맛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재출시하게 됐다. 

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2012년 판매를 중단한 ‘디노젤리’를 부활시켰다. 디노젤리는 파인애플 맛 아이스크림 속에 알록달록한 공룡 모양 젤리가 박혀있는 제품이다. 

조금 손봐서 ‘새롭게’ 보인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리뉴얼’에 치중하는 이유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연구단계부터 마케팅까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제품에 모험을 거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의 인기 상품을 언제까지 믿을 수만 없는 상황에서, 기존 틀을 유지하며 변하는 트랜드만 추가하는 것이다.  

과거 히트제품을 다시 꺼내든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장수상품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변함없는 사랑을 받은 만큼이나 리뉴얼 제품이 출시되면 소비자들의 호기심이 증가해 신제품 출시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10대 식품사 R&D 비용 및 매출 대비 비중. (표=김유림 기자, 자료=금감원)


반면 일각에서는 업계가 불황을 핑계로 신제품 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식품업계는 제약만큼이나 R&D 투자가 필요한 업종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10대 식품회사들의 평균 R&D 비용은 매출액 대비 0.76%에 불과했다. 이는 제약업계의 R&D 투자비중이 10%를 훌쩍 넘기는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동원F&B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 유가공과 온라인 동원몰 등의 요인 때문에 전년 대비 매출이 약 1000억원 정도 늘어나면서, 매출 대비 연구비 비율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업계에는 타사의 인기상품을 베껴서 만드는 ‘미투(me too)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독자적인 제품 개발은 소홀히 하고, 교묘하게 법망에 걸리지 않을 만큼 원조의 컨셉을 모방해 손쉽게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품귀현상을 일으킨 크라운해태의 ‘허니버터칩’의 경우 출시 첫해 200억원, 2015년 900억원 어치를 팔며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롯데제과 ‘꿀먹은 감자칩’과 ‘허니버터 꼬깔콘’과 ‘도리토스 허니칠리맛’, 오리온 ‘오감자! 허니밀크’ 등 이름 앞에 ‘허니’가 붙은 상품만 총 40여 종이 출시됐다. 

▲(왼쪽부터)크라운해태의 허니버터칩, 농심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오리온 포카칩 스윗치즈. (사진=각 기업)


또 지난해 오리온의 ‘초코파이 바나나 맛’이 출시된 지 3주 만에 1000만개 판매 기록을 세우자, 해태제과와 롯데제과에서 각각 ‘오예스 바나나 맛’과 ‘몽쉘 바나나 맛’을 선보였다. 뒤이어 오리온이 녹차 브라우니와 녹차 맛 초코파이를 내놓으며 인기몰이를 하자 롯데제과는 ‘드림카카오 그린티’, ‘카스타드 그린 티라테’, ‘찰떡 파이 녹차’를, 해태제과는 ‘오예스 녹차’를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의 특허 침해는 법적 기준도 모호하고 제재할 명확한 기준도 없어 미투 상품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라며 “당한 쪽도 ‘미래의 베끼기’를 염두에 두고 강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비슷한 제품이 범람하면 소비자들은 빠른 속도로 식상해 하고, 결국 원조 제품 이외에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30~40년간 사랑 받는 제품의 이면에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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