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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일동제약·제일약품…제약사들은 왜 ‘지주사 마법’에 빠졌나

지주회사 체제 서두르는 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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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2017.03.06 14:23:59

▲국내 제약업계가 지주회사 전환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제약사들의 대표제품. (왼쪽위부터 시계방향)JW중외제약 화콜, 보령제약 겔포스엠, 일동제약 아로나민골드, 제일약품 케펜텍, 동아제약 박카스, 녹십자 그린노즈에스. (사진=각 기업)


최근 몇 년 새 제약업계에 지주사 전환 바람이 유행처럼 불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금융당국이 지배구조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어 다소 폐쇄적인 경영을 해왔던 제약업계는 과거 지주사 전환을 꺼렸다. 그랬던 제약업계가 스스로 투명한 모습을 갖추려는 이유는 뭘까. (CNB=김유림 기자)

제약사들 지주사 체제 서둘러
투자유치·경영승계 ‘일타쌍피’   
세련된 모습으로 지배력 강화

지주회사는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고 부모 역할을 하는 회사다. 한마디로 자회사를 관리하는 회사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사와의 자금거래, 출자, M&A(인수·합병) 등이 이뤄지므로, 지주사만 잘 들여다보면 그룹 전체 순환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정부는 수년전부터 지주사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주로 오너일가가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A계열사가 B계열사에, B계열사가 C계열사에 출자하는 식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분위기였다. 또 이런 구조는 계열사 간에 일감을 몰아주기에도 용이하다. 그래서 지금도 상당수의 제약사들은 수직적인 지배형태를 갖추고 있다. 모회사를 중심으로 자금이동과 출자가 이뤄지는 지주회사 체제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지난 2001년 녹십자를 시작으로 대웅제약, JW중외제약, 한미약품, 셀트리온, 동아제약, 종근당, 휴온스, 보령제약 등 10여 곳 만이 지주사 체제를 완료한 상태다. 전체 제약사 숫자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주사 셀프 전환 “왜”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외부자금 유치, 경영권 승계 등에 나서고 있는 것. 투자자 입장에선 폐쇄적인 오너 중심 구조보다는 지주사 체제를 갖춘 제약그룹이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공정위가 오는 7월부터 지주사 자산 규모를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어서,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중소제약사들 중 일부가 서둘러 지주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 제약사들은 지주회사로 재편하면서 전문 경영 기능 강화, 사업기능 분리, 기업투명성 강화 등 다양한 이유를 들고 있다.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왼쪽)과 그의 아들 한상철 부사장. (사진=제일약품)


하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가장 큰 목적이 경영권 승계를 통한 안정적인 총수일가의 지배구조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일약품, 일동제약 등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가장 최근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제일약품’의 경우, 오너 일가가 강력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올해로 58년째를 맞이하는 제일약품은 국내 제약사 매출 10위권 안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상당한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단순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일약품이 최고 정점에서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계열사로는 한국오츠카제약(일본 오츠카제약 합작), 제일야오(중국 야오제약 합작) 등 3곳이 전부다. 

설립자의 2세인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은 본인(27.31%)과 친인척(18.68%)을 합쳐 총 45.99%의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해 왔다. 

하지만 후계자 한 회장의 아들 한상철 부사장의 제일약품 지분은 4.66%에 불과해 가업 대물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만약 한 회장의 주식 중 20%를 직접 한 부사장에게 물려줄 경우 증여세(50%)로 약 1012억원을 납부해야 하며, 이는 제일약품 총 자산규모(4000억원대 추정)의 4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제일약품, ‘오너일가→지주사→자회사’ 속도


반면 지주사 전환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주사 전환은 ‘인적분할-공개매수-현물출자’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 폭탄을 피하면서 2, 3세의 경영권까지 강화할 수 있는 ‘마법’이 생겨난다. 

인적분할의 과정은 이렇다. 기존의 A사를 B사(지주사)와 C사(주력사업 회사)로 분할하는 경우, A사 주식 10%를 보유한 주주는 B사와 C사 주식을 각각 10%씩 받게 된다. 하나의 회사를 두 개로 쪼개고,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만큼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산이 전혀 없는 빈껍데기 총수 개인회사를 지주사로 내세우는 편법이 난무하기도 한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10월 물적분할을 통해 일반의약품 사업부인 ‘제일헬스사이언스’를 100%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이어 그 해 12월 신설 유통판매법인 ‘제일앤파트너스’를 설립했고, 오는 6월 1일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제일파마홀딩스)와 사업회사(제일약품)로 쪼개질 예정이다. 

지주사로 출범하는 제일파마홀딩스는 상장 자회사인 제일약품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와 ‘현물출자’가 이뤄진다. 지주사는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현금대신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일파마홀딩스는 한 부사장을 비롯한 제일약품 주주에게 신주를 발행해 지급하고, 그 대가로 제일약품 지분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보다 사업기업의 주식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기 때문에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지분의 몇배에 이르는 지주사 주식을 획득한다. 주식 교환이 마무리되면 한 부사장의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율은 늘어나고 ‘한 부사장→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자회사들’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CNB에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비전을 위해 여러 사업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됐다”며 “경영권 승계와 공정위의 자산 기준 상향과 상관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왼쪽)과 장남 윤웅섭 사장. (사진=일동제약, 연합뉴스)


일동제약, 홀딩스 통해 ‘외풍’ 차단

일동제약은 자회사 지분 확보만 남은 상태다. 오너 3세인 윤웅섭 사장의 승계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지주회사 전환 수순을 밟고 있다. 최근 지주사 일동홀딩스는 신주발행을 통해 일동제약의 주식을 공개매수 한다고 공시했다. 

일동제약은 유독 경영권 논란이 많았던 제약사다. 지난 2009년 일동제약 지분 10% 가량을 보유한 개인투자자 안모 씨는 사외이사 2명과 감사후보를 추천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고, 당시 오너일가는 표 대결을 치른 끝에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한 바 있다. 

2014년에는 녹십자가 급작스럽게 일동제약 지분을 추가 매수해 경영권을 위협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개매수가 마무리되고 일동홀딩스가 일동제약을 자회사로 흡수, 순수 지주사 체제를 구축할 경우 윤 사장의 경영승계 과정은 더욱 순탄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윤 사장의 일동홀딩스 주식은 1.63%에 불과하지만, 그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씨엠제이씨의 지분을 더하면 9.13%로 올라간다. 이는 우호지분이자 최대주주인 H&Q(20%) 다음으로 많은 비중이다. 

씨엠제이씨는 당초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였지만, 2015년 아들 윤 사장에게 90%의 지분을 증여했다. 사실상 일동제약의 가업 승계 작업이 이때부터 이뤄진 셈이다.

윤 사장과 씨엠제이씨가 공개매수로 지주사 신주를 대거 취득할 경우 일동홀딩스 지분율이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과 우호지분인 H&Q 등이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윤 사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CNB에 “각 사업부의 전문화와 책임경영 체제 확립, 정확한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됐다”며 “법적으로 보장되어진 제도를 이용한 것 뿐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이경하 JW중외그룹 회장,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김정균 보령홀딩스 상무, 임종훈 한미약품 전무, 허일섭 녹십자 회장. (사진=각 기업, 연합뉴스TV)


제약사들 경영승계 ‘이상 無’

한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완료된 제약사들은 2,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JW중외그룹은 2007년 지주사로 전환, 이경하 회장이 JW홀딩스 지분 28.8%를 보유한 최대 주주에 올라서면서 3대째 경영권 대물림에 성공했다. 이경하 회장은 창업주 고 이기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종호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녹십자의 지주회사 녹십자홀딩스는 오너 2세 단독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녹십자홀딩스는 공동 대표이사였던 이병건 사장의 사퇴로 허일섭 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허 회장은 고 허채경 창업주의 5남이다. 주력사인 녹십자도 지난해부터 오너 3세인 허은철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어서 그룹 전반에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지난해 3월 임성기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자 그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차남 임종훈 전무는 오는 10일 열리는 정기주주 총회에서 사내 등기이사에 오를 예정이다. 

동아제약, 동아에스티 등의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올해 1월 1일자로 강정석 부회장을 회장에 선임했다. 강 회장은 창업주 3세이자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의 4남이다. 

보령제약은 김정균 이사를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 상무로 발령했다. 김 상무는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의 아들이다. 

한 대형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주주 일가가 회사 지분을 고루 나눠 갖고 자회사를 설립해서 내부거래를 했던 것이 1~2세대 제약업계의 일반적인 추세였다면, 최근에는 신약개발에 따른 대규모 외자유치 등 자금 흐름 규모가 커지면서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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