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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국민연금은 왜 대우조선 늪에 빠졌나

회사채 4천억 물려…부실 알고도 처분 못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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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7.02.23 11:52:22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의 회사채 4천억원을 처분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돼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본사 내부 모습(왼쪽)과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를 4000억원 가량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조선이 올해 막아야할 회사채가 1조원에 육박하는데다 수주 절벽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아직도 이 회사 채권을 처분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CNB=도기천 기자)

대우조선 올해 만기 회사채 9400억
국민연금 보유 채권 4천억 손실 우려
“정부 눈치 보느라 처분 못했나” 의혹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22일 “대우조선의 주식은 전부 처분했지만 아직 보유 중인 회사채가 4천억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우조선 채권 중 가장 큰 규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현재 1조35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9400억원이다. 당장 4월 21일 44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하고 7월 3천억원, 11월 2천억원 등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하지만 올해 수주실적은 ‘제로’ 상태다. 최근 대우조선은 미국의 LNG 회사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LNG-FSRU) 7척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올해 첫 수주를 예약해뒀지만, 본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계약금이 입금되는 금융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3월말까지는 본 계약이 체결돼야 4월말 만기 회사채를 갚는 데 도움이 된다.

1조원이 묶여 있는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과의 드릴십(원유시추선) 인도 협상도 상반기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4월 만기 회사채를 의식해 채권단은 협상을 서두르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해 상반기 내 인도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채권단에서 지원한 4조2천억원 중 3조원 이상을 이미 소모했고, 남은 자금은 현재 7천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드릴십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별도 채무 재조정 또는 산업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없으면 부도 등 최악의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거제 대우조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분식회계 알고도 왜?

현재 국민연금이 들고 있는 회사채는 대우조선이 2012년 7월에서 2015년 3월 사이에 발행한 물량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측이 연금운용의 세부 현황을 밝히지 않아(비공개 원칙) 정확히 어느 시점에 얼마나 구매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이 기간 중에 총 5차례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만기가 올해와 내년에 집중돼 있다. 매회 발행금액이 2천억원~4천억원 대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이 중 최소 4천억원 이상의 회사채를 사들여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앞뒤 시기를 따져보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부실이 확인된 후에도 회사채를 보유해 왔다.  

대우조선 사태의 발단이 된 분식회계 의혹은 2015년 상반기에 불거졌다. 당시 채권단 실사와 검찰 조사를 통해 고재호 전 사장 재임기간인 2012년부터 2014년 동안에만 자기자본 기준 5조7000억원의 회계사기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대우조선이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수법의 분식회계를 통해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수혈 받은 공적자금은 7조원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채권의 ‘보유 포지션’을 유지했다. 만기가 정해진 회사채라도 만기 전에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채권을 그대로 들고 간 것.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CNB에 “시장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매매 포지션과 포트폴리오 기법을 정형화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채권단 실사결과만으로 투자(매매) 방향을 정하지 않으며, (시장에서 형성된 매매가격이) 적정가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만기 때까지 가져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업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2013년 400억 달러 이상이었던 조선3사(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신규 수주는 이듬해 70억7000만 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수주 절벽’으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따라서 과감한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매도)가 요구됐지만 국민연금은 그러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 살리기 동참했나
    
그때 상황을 들여다보면 국민연금이 손절매를 할 수 없었던 데는 말 못할 사정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정부 방침이 ‘대우조선 살리기’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우조선해양에 수조원대의 금융지원을 결정했던 ‘청와대 서별관회의’다. 서별관회의는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을 주축으로 열리는 비공개 경제사령탑 회의다. 청와대 본관 서쪽의 회의용 건물에서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5년 10월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유상증자 및 출자전환 포함)의 금융지원이 결정됐다. 당시는 산은의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에 수조원대의 부실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직후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가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의 부실 회사채를 처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복지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다보니, 이사장 대부분이 정부관료 출신으로 채워져 왔다. 현 문형표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이며, 최광, 김호식, 차흥봉, 최선정 등 전 이사장들은 장관 출신이거나 이사장 퇴임 후 장관이 된 인물들이다. 정부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도 이런 문제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문형표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지난달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그는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 등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담당자에게 두 회사 합병 안건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등 노동·시민단체들이 지난 21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보건복지부장관 서울 집무실) 앞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원칙 스스로 저버린 사례”

정치권에서는 대우조선 사태, 최순실 게이트 등에서 드러난 국민연금의 행보를 놓고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 갑)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에 있어 국회의 인사 청문을 실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윤경·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 등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을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상정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외부전문가 영입 확대, 전문위원회 강화 등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낙하산 인사 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금융당국-산업은행-대우조선’으로 연결된 관피아·금피아 구조에서 정부 통제 하에 있는 국민연금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 회사채 보유는) 기금운용의 판단기준을 재무적인 실익에만 둔다는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사례”라고 지적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구창우 사무국장은 CNB에 “국민연금이 외압에 휘둘려 결과적으로 국민자산에 피해를 준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며 “출자자인 국민에게 공적인 대표성을 부여해 기금운용의 감시 뿐 아니라 의결권에 참여토록 하는 기능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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