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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이재용 후폭풍…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 입 열까

‘청와대-삼성-최순실’ 퍼즐 맞추기, 그의 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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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7.02.21 12:00:58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청와대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왼쪽부터)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대통령.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의 핵심 키맨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입을 열지 주목된다. 문 이사장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기소로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이다. 청와대-국민연금-삼성-최순실로 조각난 퍼즐은 하나로 맞춰질까. (CNB=도기천 기자)

문형표 ‘사퇴 거부’ 이례적 버티기 돌입
“대통령 지시” 입 열면 탄핵심판 결정타
국민연금 허술한 운용 시스템 ‘도마 위’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지난달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기소된 상태다. 그는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 등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담당자에게 두 회사 합병 안건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그가 2015년 6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등을 통해 “두 회사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수석과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국장급 간부들, 찬성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자진사퇴는 자칫 범죄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연차, 공가, 결근 등의 형태로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의혹을 전면 부인해 위증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발당한 상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0일 CNB에 “본인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5월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기공식에서 이재용(오른쪽)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 간의 뇌물죄 입증에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키를 쥐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끝까지 모르쇠 “왜”

문 이사장이 이처럼 공직자로서 이례적인 버티기에 들어간 이유는 혐의를 시인할 경우,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대통령이 삼성의 ‘합병 민원’을 전달받고, 청와대 참모진을 통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지분 10.15%)였던 국민연금의 주도적 역할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이치에 맞지 않는 합병비율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성사됐고,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승계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삼성을 챙긴 배경에 최순실씨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승마 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두 회사의 합병 직후인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3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이 가운데 일부를 송금했다.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 씨가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원을 후원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대기업 중 최대 금액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특검은 이런 앞뒤 사실로 볼 때, 두 회사의 합병을 청와대가 밀어준데 대한 답례로 삼성이 최씨 측을 지원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된 상태다. 

이런 사실들은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뇌물죄는 양쪽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죄다. 삼성에게 뇌물죄가 적용되면 대통령도 마찬가지 혐의가 적용된다. 뇌물죄는 1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한 중범죄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특검은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넸거나 주기로 한 433억원 전체에 뇌물공여 또는 제3자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지난해 12월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국민연금의 부실운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청와대-삼성’ 연결고리는 문 이사장?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삼성의 ‘청탁성’이 입증돼야 한다. 청와대가 삼성에게 먼저 접근해 압력을 가했다면 뇌물죄를 적용하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문 이사장이 ‘대통령 지시로 삼성을 도와줬다’고 시인할 경우, 삼성이 최씨 측에 지원한 금품의 성격을 ‘뇌물’로 규정하기가 논리적으로 쉬워진다. 대통령-삼성-최씨 간의 상호거래(뇌물공여)를 입증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문 이사장이 국민연금의 수익률 향상을 위해 스스로 내린 판단이라고 주장할 경우, 핵심 퍼즐 하나가 빠지게 된다.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첫번째 영장을 기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 이사장이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 삼성, 최씨 사이를 연결하는 그림이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특검이 문 이사장의 진술 여부에 상관없이 경영권 승계 전반을 대가 범위 안에 포함하는 포괄적 뇌물 혐의를 내세울 수도 있다. 최씨 측에 금전 지원을 한 배경에 합병 문제를 넘어 ‘경영권 승계’라는 더 큰 그림이 있다는 것. 특검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뒤 있었던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세 차례(2014년 9월, 2015년 7월, 2016년 2월) 단독 면담 모두를 경영권 승계 작업과 연관 짓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로고.


“기금운용 전면 혁신해야”

문 이사장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 국민연금이 외풍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기준을 인수합병의 절차상 적법성, 연금 수익률 등 크게 두 가지에 두고 있다. 2014년 2월 강화된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기존에 기금운용본부에서 도맡았던 찬성·반대 판단을 경우에 따라 전문위원회로 넘기고 있다. 

하지만 당시 장관이었던 문 이사장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런 절차를 상당 부분 방기했다. 그럼에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국민연금의 운용 체계가 허술했음을 방증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구창우 사무국장은 20일 CNB에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이 얼마나 허술한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출자자인 국민이 연금운영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 투명성, 민주성,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교수(수원대 경제금융학과) 또한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550조원의 기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의 수장은 누구보다 신중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기금운용 프로세스의 전면적인 혁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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